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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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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일을 맞아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강도가 드는 꿈을 꾸고 놀라서 깨다가 가위까지 눌린 것치고는 기분이 좋다
낮잠을 길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쳐지고 어지러울만큼 몽롱한데 나는 이 상쾌한 불쾌감이 마음에 든다

일어나자마자 반가운 지인의 카톡이 와있기에 비몽사몽한 채로 답장하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오아시스의 gas panic! 이란 곡인데 사이키델릭 하면서도 에너지가 있는 곡이라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요즘 닳아지도록 듣고 있다

저녁 노을이 쏟아지는 방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황홀한 기분으로 듣고 있자니 인생이 찬란하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나도 참 진창 같은 삶을 살면서 나와 내 가족과 내 인생의 궤적을 원망하고 경멸하고 증오했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며 보냈던 시간들이 허무해졌다가 이윽고 그 괴로운 기억마저 사랑하게 된 것을 보면 삶이란 본디 괴로움과 아름다움이 혼합된 예술인 것 같다

햇살과 음악과 우디머스크 향만 있으면 행복감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나에게 참 고맙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보다